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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대선 엿보기-10 어찌 되었건 선택은 경제가 한다
    2020 미국 대선 2020. 11. 3. 03:15

    2020 대선 투표용지

    2020 대선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 외적인 요소가 너무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유권자의 시선은 코비드-19의 재확산 소식에 고정되어 있고 유권자는 어찌 되었건 뒤죽박죽 된 삶이 안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20년 미국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시하고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곳은 민주당이었다. 신망 있고 경험이 풍부하며 정상적 사고를 하는 후보만 내세워도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다수의 유권자는 기대하고 있었지만 민주당에서는 그런 자격을 갖춘 인물이 없었다. 코비드-19 사태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들러리 역할에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통계자료에 근거하여 일반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코비드-19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과 <바이든> 일 것이다. 전열을 가다듬은 민주당이 마지못해 내놓은 카드는 이전까지 전력 외로 분류되던 <바이든>을 후보였다.  건강문제를 비롯하여 대선후보로 거론되기에는 결격 사유가 많아 유권자의 관심이 쏠릴 턱이 없었겠지만 코비드-19는 그의 허물을 가려주기에 적합했다. 그의 허물이 현재까지 수면 아래에서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은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몇몇 주류 언론사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트럼프가 몇몇 메이저 언론을 상대로 직설적 화법으로 설전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언론사의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은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상대 후보의 허점은 들추지 않고 있는 언론의 불공정한 태도를 빗대어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 되면서 언론의 화두로 내내 자리 잡았던 것은 지지율에 관한 여론 조사 발표다. 예비경선부터 변칙적으로 진행되던 대선은 끝내 마지막 일정까지(후보 토론) 파행을 면치 못했다. 그 와중에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두 후보의 차이를 비교할 자료와 근거는 사라졌다. 오로지 지지율의 미세한 변화에만 언론이 집중했던 이유다. 그러나 지지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줄곧 우세를 유지했고 <트럼프>는 열세를 유지했다. 단 한 번도 엎치락뒤치락하지 않았던 지지율의 변화는 실상 대선 판세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 나물에 그 밥 인양 대선 일정은 그렇게 지나갔다. 

     

    문제는 미국 대선을 보도하는 언론의 천편일률적인 보도 관행이다.  ‘누가 우세하다’라는 식의 헤드라인을 늘상 노출시킨다. 해당 여론조사의 성격은 무엇이고 설문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모두 생략하고 결과만 발표한다.  매주마다 발표되는 수십 가지에 이르는 여론조사가 모두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론조사 기관은 자기의 전문적 특성에 따라 여론 조사를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그리고 미국은 넓고 다양하다. 지리적으로 그 넓은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놓쳐서는 안될 요소가 트럼프의 고정된 지지율이다. 지난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트럼프의 지지율은 불변의 진리처럼 변한 적이 없다.  유권자의 과반수를 밑도는 자리에 지지율이 고정되어있다. 임기중에 국정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조사에서도 시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만 보일 뿐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 조사에서 항상 뒤처지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불변의 지지율 때문으로 해석된다.  몇 안 되는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예측하는 근거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심하고 자신의 의사를 감추고 싶어 하는 소심한 부동층 유권자의 최종 선택을 부추기는 것이 선거 전략의 핵심이다. 



    정책대결이 실종된 선거이지만 결국 유권자의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다. 아직 민주당의 구체적 정책안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화당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경제정책과 커다란 차이를 보일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보호무역주의는 누가 되든 상관없이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관점의 차이로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그의 소신에 따른 결과다. 트럼프가 진단한 미국 경제는 속도가 느리고 낡고 고장 난 기차와 같다. 이대로 몇 년 더나 가면 곧 말라죽을 거라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한때는 미국이 위대했지만 지금은 이류 국가로 추락했기에  경제를  재건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보호무역주의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고강도 무역정책으로 중국은 물론 주변국과 동맹국과의 마찰을 일으킨다. 연방정부의 부담을 과감히 털어내려는 시도 역시 보호주의 정책의 다른 이면이다.  복지정책을 비롯하여 사회적 분배 따위에 관심을 가질 틈도 여유도 없다. 

     

    민주당이나 그와 맥을 같이하는 소위 진보적 색채로 포장된 몇몇 언론은 다른 관점으로 트럼프를 비판한다. 미국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위대하기 때문에 굳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굳이 서방 동맹국에게 까지 윽박지르며 갈등을 일으키지 않아도 충분히 수술칼을 들이 댈수 있다며  트럼프의 무례한 행동을 점잖게 꾸짖는다.  식자층이나 사회지도층 역시 트럼프가 주장하는 이류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위대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식 정책은 모두 포퓰리즘의 변형된 형태이고, 히틀러식 극우주의 선전선동과 닮았다면서 당장 때려치우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정작 백인 유권자의 눈에는 트럼프식 보호주의 정책이 애국주의로 잘 포장된 종합 선물세트로 보인다.  중국의 급부상에 좌불안석이던 기업들 역시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을 신의 한 수로 여기고 암묵적으로 지지한다. 지속 가능한 경제와 그것을 가능케하는 경제 정책을 추진할 정권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어줍지 않게 유럽식 복지정책을 정착시키려했던 오바마식 복지정책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면 트럼프식 복지정책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나 기업이나 세금이 늘어나는 것에는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4 년간 보통의 미국인은  ‘나 홀로 특수’를 경험했다. 천문학적 액수로 풀려나간 경기부양정책 덕택에 실업률은 최저치를 경신했고 임금은 올랐다. 부동산 가격은 상승으로 재산이 불어난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코비드-19 사태 이전까지는 자영업자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파국적 사태를 맞이할 것이라며 경고에 경고를 거듭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난 대다수의 유권자는 한편으로 불안감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안정을 기대하며 은근히 트럼프의 재선을 기대하고 있었다.  

     

    유권자는 언제나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보수적인 유권자 일 수록 충성된 당원이 아닌 이상 굳이 당론을 따르지도 않는다. 민주당이 추진하게 될 경제 정책의 성격과 트럼프 제 2기에 공화당이 추진할 경제정책의 방향성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짐작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다. 2020년 대선의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코비드-19 사태로 초래된 경제적 파국 현상이다. 예를 들면 자영업의 절반 이상이 파산상태에 놓였고 종사자의 대부분이 이미 실직했거나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애초의 기대처럼 코비드-19 사태가 조만간 끝나고 회복국면을 맞이할 것 같지도 않다.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한 이 시기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정상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기만 하다. 다만 한 가지, 가까운 미래에 유권자가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은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안전이 보장된 사회에서 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선거결과보다는 선거 이후에 전개될 미국 사회의 모습을 기대 반 우려반으로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선거 결과에 따라, 또는 선거 결과에는 상관없이 사회적 혼란과 소요사태가 예상된다. 자연스레 인종갈등, 계층갈등으로 이어질텐데 자칫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소비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불복운동이 심화되어 폭동화 할 경우 자칫 초유의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은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큰 우려는 인종 갈등이 심화되고 지역 간의 반목이 심화되어 연방주의의 근간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트럼프의 재선 성공은 백인 주류층의 정체성이 더욱 두드러져서 그 영향으로 인종간의 갈등은 심화되겠지만,  공화당은 중간선거에서도 상하원을 장악하기 위해선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 것은 공화당의 장기적 계획에 따른 정책적 변화의 한 과정이다. 공화당은 이전부터 자신의 보수성을 엷게 해서라고 중도적 색채를 강화하려는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트럼프 역시 제2기에 들어서게 되면 극우주의와 거리를 두는 정치적 변화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업적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룬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고 싶을 테니까...

     

    <바이든>이 차기 대권을 차지하게 되면 민주당은 오히려 보수성을 강화하는 적기로 판단할 것이다. 장기 집권을 보장받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인 하원을 장악해야 한다. 오마바 집권 8년 동안 민주당은 역설적으로 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는 다수당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보수층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결과였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바이든> 행정부를 지렛대로 사용하여 민주당은 과감하게 탈바꿈하려 들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민주당이 정체성으로 간직하던 중도성향의 어설픈 정책들은 과감히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층을 끌어안으면서도 기존의 지지세력인 도시 중산층의 중도적 때로는 진보적 요구를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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