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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미국 대선 엿보기-1
    2020 미국 대선 2019. 12. 1. 08:03

    2020년 미국 대선의 최대 화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

    4년 전인 2015년 겨울부터 2016년 미국의 대선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고만 한 유명 블로그 매체를 통해 매주 또는 격주 꼴로 기사 형식으로 내놓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연재를 하던 중에 다소 황당한(?) 경험도 했다. 주류 언론에서 내 기사(?)를 무단으로 베껴 쓰거나 인용하는 사례를 목격한 것이다. 유쾌하기도 불쾌하기도 한 묘한 기분에 들떠 본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던 때, 나 역시 남들이 하는 것처럼 예측 기사를 내놓았다. 다행 중 불행이라고 우려했던 대로 필자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선거 전문가도 아니고 더군다나 언론업에 종사하는 기자가 아닌데도 필자의 추측이 맞아떨어진 것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결과였다.

    그 당시의 언론은 두 갈래로 나누어져 트럼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는 힐러리 후보에 초점을 맞추어 백악관 입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여론을 이끌고 있었다. 구독자와 시청자는 역사상 최초로 등장하는 여성 대통령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오로지 일부 극우적 성격이 매우 강한 몇몇 언론매체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고 나팔수 역할을 자처했다. 민주주의 제도가 고도로 발달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미국에서 유권자의 알 권리와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중립적 언론이 일시적으로 증발해버린 것이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언론의 자유가 사라져 버린 현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우리는 일 년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유권자 동향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다종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는 가감 없이 보고되었고 이러한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유권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여론조사 결과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언론에서 유권자의 표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주류로 분류되고 영향력이 막강한 다수의 언론매체에서는 트럼프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론조사 자료를 애써 외면했고, 적극적으로 기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여론조작에 해당하는 반헌법 행위로서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문화 탓에 이런 종류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뿐더러, 문제로 삼는다 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내비치는 기사가 등장한 것은 선거일이 직전에 다가오던 때였다.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지지율이 요동치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언론은 자기의 소임과 역할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특정 후보에 기울어진 언론의 편파적 보도 태도가 극우를 비롯한 범보수층의 결집 현상을 부추겼다는 것이 선거 이후에 제기된 쓰라린 자체 평가였다. 힐러리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준 책임을 언론에서 찾아야 한다는 엄중한 비판이 가해지는 까닭이다.

    트럼프 후보에게 반전의 짜릿한 승리를 안겨준 일등 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관계 망’이었다. 사회관계 망을 활용한 선거운동 방식은 원래 민주당의 전매품이나 다름없었지만 언론으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푸대접 받던 트럼프 후보에게는 유일한 도구이자 무기였다. 그가 사활을 걸고 공략한 곳은 백인 중산층이었다. 힐러리 지지층으로 분류되거나, 자기 소리를 내지 않고 관망하던 ‘수줍음 많은 백인’을 공략하기에는 사회관계 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적의 방식이었다. 이들의 표심 이동이 지지율이 상승의 주된 동력이었다는 것은 선거 이후 지지율 분석에서 드러났다. ‘변심’ 또는 배반으로까지 불렸던 백인 중산층의 대거 이탈로 지지율은 혼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선거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이전의 선거에서는 백인 중산층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다. 백인 중산층의 70%는 이미 지지하는 정당이 정해져 있다. 나머지 30%가 소위 부동층으로 분류되고, 정치적 성향은 중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서 이러한 공식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중도 성향으로 타 계층에 비해 현안과 이슈에 민감하고 대체로 진보적 인물이나 정책을 지지한다고 알려 있었지만 트럼프가 역설한 백인 우월주의 사상에 넘어가고 말았다. 선거기간 동안 보여준 트럼프 후보의 행각으로 뼛속까지 뿌리 깊게 남아있던 백인 우월주의의 향수를 자극했고, 평소에는 결코 드러내지 않던 극우주의의 정서가 뿜어졌다. 2008년 이래로 대 불황을 겪은 이후 고학력, 고소득 백인 중산층에서는 안정을 추구하고 보수적 경제정책을 지지하겠다는 정서가 고스란히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4 년이 지난 지금, 최근의 여론 조사에서는 이들 백인 중산층의 표리부동 현상이 이전보다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정당이 없다고 답한 것이 40% 이상, 자신을 중도라고 밝힌 것도 40%에 이르렀다. 백인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지지 정당 없이 대선을 맞이하는데 또다시 중산층과 중도층의 향배에 따라 트럼프의 재선이냐 민주당의 정권 탈환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선거의 최대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따져 보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오매불망 염원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속이 쓰라리겠지만 의외로 견고하게 구축된 트럼프 대통령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에서 사용 가능한 후보군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을 한 칼에 날려버릴 지략과 용맹함을 두루 갖춘 특출난 후보가 등장하지 않는 한 정권 재창출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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