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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더나 맞던 날
    2021 미국 정세 2021. 3. 10. 13:55

    코스코 약국

    우여곡절 끝에 오늘 백신을 맞았다. 65세 이상에게 우선으로 접종하는 와중에 기회가 찾아온 것은 필자의 직업이 필수(Essential) 직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여곡절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유는 연방 질병 통제국(CDC)의 가이드라인으로는 도무지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일반인의 백신 접종이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최근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은 보건 및 의료진과 사회안전 질서를 위해 필요한 극소수의 인원에게만 접종하던 시절의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추측되는데 65세 이상의 일반인으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드러내고 있다. 

     

    혼선의 시작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65세 이상이거나 필자처럼 필수 직종에 종사하면 우선 접종 대상자에 속한다. 주 보건 당국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즉시 접종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65세가 아니라면 신청자는 접종 시기를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상투적인 대답만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순서가 안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접종 신청서를 받는 웹사이트가 사실 몇 곳이 더 있다. 접종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나 하청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다 구체적 계획과 일정을 받을 수 있다. 보건 당국의 웹사이트에서 무성의한 반응을 접했던 소비자로서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이 들 것이다. 

     

    또 다른 혼선은 이들 사설 업체의 웹사이트에서는 접종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의료 및 보건 관련의 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환자의 경우 어떤 상태가 우선 접종 대상자도 되는지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지인의 겪는 사정을 통해서도 그 불합리성을 인지할 수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의 직장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매일 수백 명의 사람과 접촉하는 필수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청서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의 교정 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웃 역시 접종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었다고 볼멘소리로 보건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다.

     

    반면에 보험 설계사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은 필수 직종에 해당된다면서 이미 한 달여 전에 백신을 맞았다. 동물 병원과 은행에 다니는 종사자 중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접종된 경우가 있었다.   

     

    CDC에서는 최근에는(3월 4일) 퇴역 군인에게도 백신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퇴역 군인에게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파격적이었다.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 

     

    다만 암, 당뇨와 같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주변의 환우들이 우선 접종 대상자에서 벗어난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호흡기 환자라든가 과체중에 한해 접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애매한 규정 탓에  중증 환자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항력이 일반인에 비해 떨어지는 환우들에게는 나이, 질환의 종류, 그리고 병력과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접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한 두 가지로 가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백신 할당량이다. 대형 의료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소규모 의료 기관이나 하청 업체는 매일매일 그 할당량이  정해진다. 배급제로 전달되는 백신은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모두 소비해야만 한다. 주류 사회의 백인 노년층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과대 선전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남아도는 백신을 어떻게든 소비해야 하는 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우선 접종 대상자의 경계를 허물고 눈치 있고 발 빠른 신청자에게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두 번째 가정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정책 불일치다. 연방정부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주정부에서는 다르게 적용하거나 전혀 따르지 않는다는 추론을 세울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워싱턴(주)는 주지하다시피 민주당의 아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백신 접종률을 평균치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이다호(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다호주 질병통제국에서는 백신이 남아돌 정도로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선전하는데, 이 것은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주민 대다수가 공화당 골수 지지자이고 백신을 거부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연방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려는 주정부의 정책이 한 몫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이 실시된다. 시급히 시행착오를 정비하여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으면 대규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접종 시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위해 신분증과 의료보험 카드를 보여주어야 한다. 65 세 이상이라면 의료혜택이라 할 수 있는 메디케어 증명서를 지참하면 된다. 문제는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자다. 절대 빈곤층이거나 외국인 또는 불법 체류자의 경우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CDC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과연 이러한 난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틀 전 (사설 업체로부터) 접종 통지를 받고서 찾아간 곳은 초대형 마트로  코스코에 설치된 약국이었다. 접종 장소는 현재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 같았다. 일반 약국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므로 전혀 생경한 경험은 아니었다. 의외로 줄을 서거나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간단하게 인적 정보와 보험 카드를 다시 입력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와 백신 접종 후의 모든 의료적 책임을 본인의 소재로 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한 후 순서를 기다렸다.  

     

    칠순 가량 되어 보이는 부부 한쌍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로 중년의 여자 한분 이렇게 세명이 그 시간대의 접종 대상자였다. 약 15분가량 기다리면서 미리 나눠준 모더나 (Moderna) 백신에 관한 기본 정보를 상세하게 담은 팸플릿을 꼼꼼히 읽어볼 수 있었다. 다른 백신과 마찬 가지로 일 차 접종 이후 4 주후에 2 차 접종을 맞아야 한다. 안내서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말 많고 의견이 부분 한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부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백신의 작동원리를 설명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백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작용에 관한 설명은 이미 설명해 놓은 것이 많고 또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차례가 되어 약사와 대면하면서 이 것 저 것 질문이 오고 갔다. 약사는 나의 상태와 혹시 기저질환이나 다른 잘 병을 앓고 있는지를 물었고 직업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다.(아마도 마지막 자격 테스트였음을 짐작케 했다.)  기자 정신을 발휘한 나의 질문은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수많은 경험이 바탕되었으므로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리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알려주었다.

     

    약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하고 설명해 주었다. 백신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과,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으로 나뉘는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99.99 % 의 접종자가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 근육통을 동반한 독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유사한 증상을 경험하는데 거의 예외가 없다고 한다. 

     

    실신하거나, 심장발작 또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극심한 부작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에 해당된다고 한다. 사람마다 면역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극히 희박한 경우라고 한다. 실제로 본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인이라면 심각한 부작용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 안심시켰다.  

     

    두근두근거리며 기대 반 우려반으로 드디어 백신을 맞았다. 약사는 접종 후 15분간 자리를 뜨지 말고 기다려 줄 것을 요구했다. 만약 이상 반응이 일어나면 즉시 알려주거나 911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과는 다르게 백신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필자가 예민한 탓 일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어지러움증이 나타났고 서서히 몸에서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15분 후 특이한 반응이 없어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본격적인 반응은 두 시간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났다. 주사 부위에 통증이 점점 강도를 높여갔다. 어릴적 맞았던 콜레라 주사의 기억이 떠올랐다. 간혹 미약하게 메스꺼운 느낌이 나타났고 집중력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일상 생활에 지장 줄 정도는 아니었고 바쁜 일상과 마주치면  쉽게 잊혀졌다.  불편함을 식욕이 떨어지지 않았고 피곤함 덕분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은 둘째날에도 이어졌다. 첫째날 보다는 반응이 격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미료한 몇가지 증상이 더해졌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독감 백신 보다 몇 배 가량 강도가 세다고 생각했다. 

    경험자들의 접종 후기를 읽어보면 이틀째가 힘들었다고 공통적으로 대답했다. 약사 역시 이틀째가 힘들 것이라며 귀뜸해 주었다. 

     

    주사 부위 통증은 파상풍 백신이나 대상 포진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통증과 맞 먹었다. 다른 백신과 구분되는 것은 유독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과, 약하게 두통이 드문 드문 발생하는 것이었다. 가끔 다른 팔과 다리 허리 등에서 근육통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치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움직이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온 몸에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소파에 의지하는 시간이 많았다. 약사의 권고대로 ‘푹' 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삼일째 되는 날, 언제 백신을 맞았나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사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있었고, 잠시 잠간 집중력이 흩어지는 듯한 증상이 스쳐지나갈 정도였다.  

     

    4 주 후면 2 차 접종을 받는다. 어떤 이는 2 차 접종이 더욱 힘들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고도 한다.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것은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특히 힘들다는 속설이 들린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 계란 알러지가 있다면 미리 알아보거나, 백신 접종 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떠들어대는 부작용에 관한 기사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전선동을 위해 조작된 기사라는 것은 다른 지역(나라) 언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부작용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같아 눈쌀이 찌뿌려진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보건 그리고 방역과 관련하여서는 인본주의적 관점과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 고도의 중립성을 유지해야한다.

     

    부작용은 지극히 개인에 속한 일이다. 개인에 따라 부작용이 약하게 나타날 수도 있고 극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간 펜더믹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려면 지금으로서는 백신 접종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느낀다는 것은 곧 항체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해야할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백신을 설명한 안내서

     

     

    백신 접종 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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