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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겨울 산행을 위한 장비-1
    산(山), 산(産), 산(散) 2020. 12. 31. 04:34

    게이터(각반)을 착용한 모습

    고되고 어려운 겨울 산행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장비를 올바르게 갖추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필수적인 장비는 추위로 보호해 주는 옷과 등산화다. 등산복의 종류는 산행의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 등산복은 여러 종류가 있다. 초보자는 대체로 한두 가지의 방수용이나 바람막이용 재킷을 구입해서 사용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겨울철 산행을 위해 거위털이 들어간 두꺼운 파커(parkar)를 장만했을 것이다. 이 곳은 비 내리는 날이 많고 눈과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방수, 바람, 방한 기능을 가져야 한다. 일상적인 생활이라면  방수+바람+방한 기능을 모두 갖춘 두꺼운 패딩이 안성맞춤이겠지만 겨울 산행에서는 불필요하고 별 소용이 없다. 요즘 아웃도어용 스타일이 인기라 그런지 등산 패딩이라는 품목이 잘 팔리는 것 같은데 솔직히 등산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산책용으로는 적합할 것 같다. 

     

    등산용 재킷은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소프트 쉘, 하드 쉘 그리고 보온용 재킷이다. 

    쉘 재킷은 말 그대로 두꺼운 껍질을 몸에 걸치는 것이다. 가장 대중화된 재킷은 소프트 쉘(soft shell)이다.  기능성과 함께 스타일도 갖추고 있어 일상복으로도 인기가 많다. 방풍 기능과 함께 약간의 방수 기능이 있어 습기로부터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는 입지 말아야 한다. 특히 산에서 비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수 기능이라고 해봐야 고작 10 여분 정도 버텨낼 수 있는 정도다.  

     

    비와 눈에 최적화된 재킷은 하드 쉘(hard shell) 재킷이다. 우비처럼 방수 기능이 강화된 특수한 원단을 사용하고 고가의 방수액으로 표면처리가 된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방수액은 Gore-Tex 그리고 3M 에서 생산하는 Scotchgard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Gore-Tex 가 부착된 제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필자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Gore-Tex가 사용된 제품은 극강의 방수 효과가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다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흠이다.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걷기나 등산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이런 종류의 제품이 판매되면서 그 통설은 깨져버렸다. 그렇다면 이런 고가의 제품이 꼭 필요할까? 산행을 심오하게 즐긴다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고가의 등산복을 외출복이나 평상복처럼 입고 다니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 옆으로 기울어진다. 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이라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깝다는 생각만든다.

     

    하드 쉘 재킷의 방수기능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사용 후 관리를 잘해야만 그 효과가 지속되는데 소홀히 하면수명이 짧아지고 종국에는 사라지는 것이 단점이다. 방수 기능은 사용하면 할수록 떨어진다. 빗물에 그리고 습기에 묻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의 옷장에는 십 년도 넘은 등산용 하드 쉘 재킷이 여러 벌 걸려있다. 방수 기능은 여전히 남겨져있다. 비결은 딱 한 가지다. 물세탁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세탁하게 되더라도 특수 세제를 사용하고 그 과정을 세심하게 다룬다.  정기적으로 하드 쉘용으로 개발된 특수 방수액을 뿌려주면 사라져 가는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사라진 기능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면  사용 후 관리에 정성을 쏟게 된다.   

     

    * Tip: 아무리 고가의 방수 기능을 갖춘 재킷이라 할지라도 비나 물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침습하게 된다. 100% 물기를 차단하는 원단과 방수액은 없다고 본다.   산에서 물기에 노출되는 것은 낙상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필자의 경험상 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비를 걸치는 것이다. 판초라 불리는 등산용 우비는 배낭도 가려주고 전신을 비로부터 보호해준다. 방수율은 90%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최고급 판초라 할지라도 가격이 낮다. 부피도 작고 가벼워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추위로부터 보호해 주는 장비는 보온재킷(insulated jacket)이다. 보온재킷은 파커나 패딩으로 더 잘 알려있다. 다만 등산용으로 개발된 제품은 재질이나 디자인이 많이 다르다.  재질은 다운(거위털)이나 인공 거위털을 사용하는 것 등 거의 같지만 반드시 바깥쪽 원단은 얇으면서도 질기다. 통기성도 갖추고 있어 습기가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돕는다. 등산용으로 개발되었을 테니 내구성이 뛰어나고 착용감이 좋다. 그리고 가볍고 작게 압축해서 보관할 수도 있다.   

     

    등산복의 최대 결함은 몸에서 발산되는 습기를 그대로 모아두는 것이다. 장시간 습한 상태가 지속되면 결빙 현상이 발생하여 안감이 젖게 된다. 통풍 기능은 내구성이나 보온성만큼이다 중요한 기능이다. 고가의 제품은 특수하게 제작된 원단을 사용한다. 바람이나 물은 침투는 막아주되 수증기는 빠져나가도록 나노 사이즈의 미세한 통로를 만들어 준 것이다.

     

    만약 고가의 제품을 구입했는데 결빙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제품에 결함이 있거나 가짜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제작사마다 약간씩 규정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결함이 나타나면 그 즉시 고쳐주거나, 새것으로 바꿔주거나 또는 환불해준다. 기타 등산용 장비가 거의 이러한 규정을 따르고 있다. 단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어야 하고 반드시 제품을 구입한 곳에서 교환, 수리 및 환불을 신청해야 한다. 구입하기 전에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재킷만큼 신경 써서 갖춰야 할 장비는 하체를 보호하는 것들이다. 등산바지, 양말 그리고 등산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바지 역시 내구성과 기능성이 확실해야 한다. 여름 산행이야 반바지 차림으로도 할 수 있겠지만 가을부터 봄까지는 바지를 잘 챙겨 입어야 한다. 내구성이란 말 그대로 찢어지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겨울 산행에서는 넘어지는 경우에 가해지는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는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재킷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방풍, 방수 및 통풍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포켓 기능이다. 포켓은 많을수록 편리하다. 필수 아이템이나 소소한 물건을 몸에 지녀야 할 때 다양한 사이즈의 포켓은 정말 요긴하게 쓰인다.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겠지만 등산화가 산행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몇 가지 발 문제로 등산화를 구입할 때는 매우 신중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요즘 판매되는 등산화에는 웬만한 기능은 다 갖추었다. 방습 기능은 기본 사양이고 오래 걸어도 발이 편안하도록 밑창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다. 고급형이라면 방수성이 뛰어나고, 내구성이 강하고 진흙길이나 눈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Sole Grip의 마찰력이 한층 높아졌다. 충격을 막아주는 기능도 대체로 만족스럽다. 

     

    등산화에서 방수 기능이란 '완전 방수'를 뜻한다. Water Proof(완전 방수)와 Water resistance(부분 방수)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구분된다. 가벼운 산책에 사용할 등산화라면 Water Resistence(부분 방수) 기능만으로도 쓸만하다. 장거리 산행이거나 특히 겨울 산행이라면 '반드시' Water Proof(완전 방수) 기능이 장착된 등산화를 착용해야 한다. 겨울 산행 도중에 늪이나 계곡을 건너야 할 때 빗물이 등산화에 침습하면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등산화와 함께 발이 얼어 버리기 때문이다.

     

    *Tip: 겨울 산행 도중에 발이 젖으면 그 즉시 해결해야 한다. 등산화를 말려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유일한 대책은 우선 양말을 새 것으로 바꿔 신어야 하고, (마켓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닐 또는 플라스틱 봉투로 발을 감싼 후에 젖은 등산화를 신는 것이다. 걸을 때 미끄러지는듯하여 불편하겠지만 하산할 때까지 발을 보호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등산화는 용도에 따라 구분된다. 운동화처럼 생긴 것을 편의상 하이킹 슈즈(hiking shoes)라 부르고, 농구화처럼 목이 긴 것은 트레킹 부츠(trekking Boots)라고 부른다. 하이킹 슈즈와 트레킹 부츠는 가격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이킹 슈즈는 하이킹과 같은 가벼운 산책에 적합하다.  가볍고 걷기에 편하도록 설계되었다. 고급형에는 낮은 수준의 방수 기능을 갖췄다. 하이킹 슈즈처럼목이 없는 등산화에서는 트렝일 러닝 (Trail Running)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된 것도 있다. 모양이 조깅할 때 사용하는 운동화와 비슷하고 색상이나 디자인도 참신하여 젊은 층에서 인기다. 운동화와 다른 것은 산길에서 걷거나 뛸 때 마찰력을 높이고 발을 보호하기 위해 굵고 두터운 트렉션이 장착되었다. 

     

    트레킹 부츠는 장거리 산행, 야영, 겨울 산행 등에 적합하다. 가격은 하이킹 슈즈에 두 세배 정도다. 트레킹 부츠가 비싼 이유는 재질이 다르고 완전 방수를 비롯해 여러 가지 기능이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재질은 천연 가죽 또는 특수 원단에 특화된 방수액으로 표면이 처리된 것을 사용한다. 구조 자체가 방수 기능을 하도록 디자인되었다. 마치 장화처럼 목부분까지는 하나의 몸통으로 만들어졌고, 바느질을 최소화했으며 접착 부분이 강력하여 물 샐 틈이 거의 없다.     

     

    자기 발에 꼭 맞는 트레킹 부츠를 구입하면 최소 5-6년은 별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관리만 잘한다면 10년 이상 가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트레킹 부츠의 장점은 바닥창만 바꿔주면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바닥창을 바꾸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새것의 삼분지 일 가격)  필자는 이렇게 수리해서 사용하는 트레킹 부츠가 여러 켤레가 있다. 트레킹 부츠를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매장 직원이라면 친절하게 제품마다의 특징을 조목조목 설명해 줄 것이다.  트레킹 부츠처럼 생겼지만 더 크고 두꺼워 보이는 것은 고산 등반용 부츠다(Mountaineering Boots). 트레킹 부츠보다 훨씬 두꺼운 원단을 사용하고 바느질이나 접착 방식이 다르다. 바깥 창의 재질도 다르다. 특징은 앞굽에 아이젠과 같은 장비를 부착할 수 있도록 볼록이 있다. 돌이 발등 위로 떨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금속판을 댄 것이 많다. 워낙 단단해서 웬만해서는 발이 접질려지지 않는다. 다만 일반 산행을 하기에는 불편하고 너무 무겁다. 

     

     

    Mountaineering Boots

     

    Trekking Boots

     

    바같창을 두세번 교체해서 사용한 트레킹 부츠 연수는 약 15년 정도란다.  *사진 출처: 필자가 가입한 동호회의 페북에서..

     

    등산화 못지않게 세심하게 골라야 하는 것이 양말이다. 요즘에는 양모로 짠 아웃도어용 양말이 참으로 싸게 공급되어 부담도 별로 없다. 예전에는 제대로 만들어진 등산용 양말을 구입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웠었다. 양말은 무조건 양모나 비슷한 재질의 울(wool)로 만들어야 한다. 역시나 같은 이유다. 습기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간혹 면과 울이 섞인 양말을 ‘아웃도어’ 용도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하는 것을 본다. 틀린 설명이다. 한두 번 사용해 보면 그 진실을 체험하게 된다. 양모로 만든 양말은 발에 땀이 차올라도 안쪽에서부터 마른다. 걷는 동안 약간 축축한 느낌이 드는 정도이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에 면이 조금이라도 섞인 양말은 약간 걸어도 발에 묵직한 느낌이 생긴다. 심한 경우 물집을 만든다. 물집이 잡히면 그 날의 산행은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양말은 발을 보호하는 최전선에 해당된다. 좋은 양말이란 양모로 제작된 두꺼운 등산 전용 양말을 말한다. 등산용 양말은 목이 짧은 것과 목이 긴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일반적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야겠지만 필자는 목이 길어서 무릎까지 덮어주는 양말을 선호한다. 겨울 산행에서는 몸 구석구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목이 길 수록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발과 종아리를 보호해 주는 장비가 한 가지 더 있다. 각반(게이터 Gaiter)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잘 모르고 있는 장비다. 웹으로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등산 각반’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각반(게이터 Gaiter)은 등산화의 발등에서부터 무릎 아래까지 보호해 주는 장비다. 주로는 빗물, 눈, 늪지 그리고 얕은 도랑을 지날 때 발과 등산화를 물기로부터 보호한다. 걸을 때 종아리로 튀어 오르는 진흙 알갱이를 막아주기도 한다. 여름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봄, 가을 겨울에 주로 사용한다. 겨울철 산행에서는 거의 필수 장비나 마찬가지다. 물기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은 물론 영하의 눈과 추위로부터 다리를 보호해 준다. 특히 눈 밭에서 그 효과를 체험하게 된다. 무릎까지 덮어주는 양말을 신고 트레킹 부츠를 착용했어도 파고드는 눈과 얼음을 막을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장비가 바로 게이터다.  게이터는 반드시 100% 방수 기능을 가져야 한다. 간혹 온라인 상점에서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게이터를 발견하게 된다. 한 계절만 사용할 것이라면 무난할 것 같은데  

     

    필자는 게이터를 가을 산행 때부터 착용한다.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이다. 도처에 진흙탕과 웅덩이가 있고 물이 불어난 계곡을 수시로 건너야 한다. 발목까지는 물속에 잠기는 것이 다반사다. 트레킹 부츠가 침수를 방지하지만, 게이터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아울러 트레킹 부츠와 등산바지가 젖어드는 것을 막아준다. 비와 눈이 항상 내리는 이 곳에서 게이터가 없었다면 아마도 일찌감치 산행을 포기했을 것이다. 

     

    <장비-2에서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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