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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겨울 산행이 위험한 이유
    산(山), 산(産), 산(散) 2021. 1. 10. 04:35

     

    자원 봉사 구조대원의 활약상

    요즘처럼 코비드-19 탓에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싶다. 겨울 산행이 안성맞춤이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면 이빨이 시려올 정도지만 가슴 벅찬 희열은 느낄 수 있다. 어떤 이는 뒷목이 시릴 정도의 차가운 공기가 그립다고도 한다.  겨울 산행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렇게 좋은 것만 나열해도 셀 수 없는 것이 겨울 산행이지만 몇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어떤 이가 나이가 지긋이 들었다면 급작스러운 기온변화로 찾아오는 동맥경화 등등의 증상을 염려하라. 관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미리 염두해 두기 바란다. 자신의 몸에 찾아오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은 평소에 꾸준하게 준비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열심히 운동으로 몸을 관리한다든가 특히 근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병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사십 대부터 고혈압 증세를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 조깅과 같은 운동으로 심장 강화훈련을 한다.  이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필자의 경험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산행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하이커를 직접 목격했었고, 같은 이유로 가깝게 지낸던 지인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평소에는 산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해마다 한 두건의  심장마비 또는 평소 앓던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요즘은 동상에 걸렸다는 소식을 주변에서 듣지 못한다. 장비가 발달했고 준비가 철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상이외에 추위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는 저체온증이다. 생각한 것보다 저체온증은 자주 발생한다. 무심코 지나쳐서 그렇지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저체온증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워낙 미약한 상태로 넘어가기 때문에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저체온증이 찾아오면 잠시 동안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약간의 어지러움증이 찾아온다. 추위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도 저체온증의 시작이다. 산행 도중에 저체온증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땀’이다. 땀에 속옷이 젖고 마르지 않으면 추위를 느끼게 된다. 만약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저체온증으로 이어진다. 일단 저체온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느끼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5분 정도다. 속옷을 갈아입거나, 옷을 더 껴입거나, 두터운 재킷을 입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모닥불을 피우거나, 비박을 하거나 등등의 조치를 가능한 한 빨리 취해야 한다.  만약 15분 이상 저체온증을 방치하게 되면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진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큰 소리로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알려야 한다. 

     

    겨울 산행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사고는 골절상이다. 주로 발목 부위의 골절 또는 접지르면서 인대를 다치는 경우다. 드물기는 하지만 무릎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 빙판에서 넘어지게 되면 엉덩이나 허리를 다칠 수도 있다. 넘어질 때 손목, 손가락에 골절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발을 잘못 디디면서 넘어지거나 접질리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접질려지면 인대가 늘어나므로 한동안 걷는 것이 불편하다. 다친 인대는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인대 특성상 얼마 후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살짝 찢어졌거나 염증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인대를 잘 보호해야 산행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간혹 낙상 사고가 보고된다. 아마도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또는 발을 헛디디면서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경우일 것이다. 심각한 만큼 대부분 사망사고로 보고된다. 문제는 사고 후 수습이다. 시신을 수거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과제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소방서나 산림청에서 수습하지 않을까 추측해보는데 이 곳 워싱톤(주)에서는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 한다.  의무적인 것도 아니고 강제성도 전혀 없는 그야말로 봉사 그 자체다. 물론 구조대 본연의 임무는 조난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는 일이다. 시애틀 인근에만 이십여 개의 자원봉사 단체가 활동한다.  지역마다 한 두 개의 구조단체가 활동한다. 이들 자원봉사 단체는 전문 분야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일단 실종 및 사고가 접수되면 쉐리프의 진두지휘 하에서 각 분야의 자원 봉사자들이 소집된다. 등반 사고라면 고산 등반에 특화된 단체가 동원되고, 산악자전거 사고라면 산안 자전가 단체가 동원되고 실종사고라면 일반적 수준의 자원봉사 단체가 동원되는 식이다. 사고인 만큼 응급 처지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항상 동원된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에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고 신청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세 곳에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결과는 모두 불합격이었다. 서류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지원자의 첫째 조건이 풍부한 산악 등반 경험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때 관심 있게 그 선발과정을 살펴보았다. 주변의 추천서가 필요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소견 그리고 정기 의료검진 자료를 제출해야 비로소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는 실전과 동일한 환경에서 훈련을 겸하여 테스트를 받는다. 3 일간 야영을 하며 각종 테스트를 받는다. 고산 등반가라면 알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을 시연해 보여야 하고, 생존자를 구조하고 운반하는 등 고된 훈련을 통해 그 자질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구조대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선발된 자원봉사자인 만큼 그 자부심이나 명예 감은 상상 이상이다.  내가 속한 단체도 간혹 구조활동에 동원된다. 수색범위가 넒고 하루 이상 실종자를 찾지 못했을 때 동원된다. 하는 일은 주로 이들 수색대원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일이다. 넓게 퍼져서 실종자의 흔적을 찾는 것과 구조대원에게 물품과 장비를 운반하는 일과 같은 낮은 차원의 구조활동을 하게 된다. 

     

    로컬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 구조단체

     

    자원봉사의 지원만으로도 수색과 구조활동이 일산분란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주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산악 지대가 많은 지리적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수색과 구조의 법령에 (SAR, Search And Rescue) 따라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자원 봉사자라 할지라도 구조 대원의 자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소정의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훈련을 받아야 한다. 주정부에서 그들의 자격과 활동을 인정하고 보장해 주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실종자나 사망자가 발생하면 로컬 방송국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구조 지역에 중계차가 몰려들고 기자들이 진을 치며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린다. 뉴스 화면을 장식하는 장면과 등장인물은 경찰과 구급차 그리고 때로는 산림청의 구조헬기다. 자원봉사자의 역할과 존재는 언급하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색활동과 구조 활동에 참여한 것은 진짜 영웅들은 이름 없이 참가하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라는 것이다.   

     

    겨울 산행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눈사태다. 눈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곳은 원래 정해져 있다. 그 주변에는 곳곳에 눈사태를 주의하라는 푯말이 박혀있어 구분할 수 있다. 눈사태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산행을 했거나 기타 여가 활동을 했을 때다. 예를 들면 눈으로 뒤덮인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하거나, 스키, 스노우보드를 했을 때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후조건에 따라 눈사태의 위험도가 예측된다. 올 겨울처럼 눈이 많이 내리지만 날씨가 춥지 않게 되면 눈사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하게 쌓여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몇 미터 깊이의 눈더미 속에는 마치 빙수처럼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 언제라도 흘러내릴 수 있다. 이 곳에 작은 진동이라도 전달되면 지체 없이 흘러내리는 것이 눈사태의 작동원리다.  눈사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먼발치에서 쌓여있는 눈더미의 구조를 잘 살펴봐야 한다.  생선 비늘처럼 켜켜이 쌓여있거나 층이 져있는 것이 보인다면 눈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태로 의심해 봐야 한다.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필자는 아직까지 눈사태를 겪어보지 못했다. 눈사태가 훑고 지나간 흔적은 여러 번 봤기에 눈더미의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해마다 눈사태로 여러 명이 희생된다. 물론 생존자는 훨씬 많다. 생존자의 기록을 읽어보면 대부분 초동 대처에 성공한 경우다. 눈더미에 묻혔을 때 빠져나오려면 눈을 효과적으로 걷어내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눈 삽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눈 삽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인적 없는 눈 산으로 갈 경우에는 반드시 누군가와 동행해야 하는 이유다. 

     

    눈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또는 발생한) 지형을 표시한 사진이다.  눈사태를 모니터링하는 자원 봉사 단체에서 매주 관련 사진을 올려준다. 

    겨울 산행 도중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고도와 (지도) 위치를 시시각각 확인하는 것이다. 15분 또는 30분 간격으로 확인하는 것이 편리하다. 시간과 고도를 알게되면 지도상에서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GPS 내비게이터가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을 습관화시켜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 본능적으로 위치를 느끼기 위해서다. 눈이 많이 쌓인 곳으로 산행을 가게 되면 길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아진다. 산 길이 눈으로 뒤덮여있고 윤곽 조차 보이지 않게 되면 쉽사리 길을 잃게 된다. 일시적으로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되면 사방이 어딘지 구분하기 조차 쉽지 않다. 초행길이라면 반드시 지도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두서너번 다녀봤던 길이라 할지라도 눈이 덮이면 생소할 것이기에 지도는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한다. 

     

    길을 잃게되면(길을 잃었다고 판단되면) 다른 이유나 목적이 없는 한 그 즉시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 폭설로 자신의 발자국이 사라지지 않는 한 되돌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눈에 익은 지점까지 되돌아가서 지도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되돌아가는 길이 지워졌거나 또는 무언가로 막혔 돌아가야 하는 경우에는 새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나무의 선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쎄…? 다른 지역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적어도 이 곳에서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것은 심각한 부상 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바위는 날카롭고, 표면은 매끄러우며, 물살이 세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자. 만약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GPS 나 비콘(beacon)을 가지고 있다면 지체없이 빨간색 SOS 버튼을 눌러야 한다. 빠르면 수시간 내로 구조헬기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다. 매달 지불하는 가입비는 둘째 치더라도 헬기가 뜨게 되면 그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절차상 헬기가 뜨게 되면 구급차와 소방차가 대기하게 된다. 그 비용꺼지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경험담을 들어보면 기본 비용만 최소 5-6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구조 요청 없이길을 헤메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산에서는 일몰은 평지보다 30분가량 더 이르게 시작되고 주변에서 발산하는 빛이 없기에 빨리 어두워진다. 상황을 직시하고 가능한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어두워지면 활동이 제한된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거나 찾아야 한다. 큰 바위 아래 또는 동굴이라면 좋겠으나 찾을 수 없다면 나무 아래 평평한 곳에 자리 잡는다. 모닥불을 피울 수 있다면 최상의 여건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비가 내리거나 얼어붙었다면 불 피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눈과 비 그리고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일단 움직이지 않게 되면 빠르게 체온이 떨어진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영양분을 채워 넣어야 한다. 우리의 몸은 마치 움직이는 동력기관과 같다. 연료가 떨어지면 엔진이 서버리듯이 영양분 특히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기운이 없어지고 열을 생산하지 못한다. 필자 역시 아직까지는 조난당한 적이 없기에 여러 경험담을 토대로 가정해 본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어떤 상황에도 처하지 않는 것이다. 그 어떤 종류의 사고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다소 귀찮을 수도 있다. 가벼운 산행이라 하여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대충 해 버리게 되면 자칫 사고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또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기적으로 돌변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해야만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항상 자기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에 민감해야 하고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무리하지 않게 된다. 남의 사정을 먼저 고려하게 되면 자칫 나중에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남만 탓할 수 있다. 자신의 건강도 잃고 소중한 인연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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